서울대학 총학생회 절반 넘게 사라졌다…학생자치 붕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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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9일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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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시립대 기숙사를 병상으로 활용한다고 밝힌 17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짐을 빼고 있다. 2020.12.17/뉴스1 © News1
서울시가 서울시립대 기숙사를 병상으로 활용한다고 밝힌 17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짐을 빼고 있다. 2020.12.17/뉴스1 © News1
서울지역 주요 대학 20개 가운데 11곳이 2021년을 이끌어갈 총학생회(총학)를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이 넘는 대학에서 학생 대표기구가 공석 상태에 놓이며 학생자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청년 취업난과 함께 꾸준히 진행돼왔다. 학생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스펙 쌓기, 자기개발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야하기 때문이다.

2020년 우리 사회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캠퍼스 활동이 제한되면서 단과대·학과·동아리처럼 소단위 학생회도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학생회 위기가 시민사회 무관심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과 기성세대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울지역 주요 대학 20개 중 11곳 비대위 체제

9일 <뉴스1>이 서울시내 주요 대학 20곳의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중 11곳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해 임시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서울대·한양대·한국외대·국민대·이화여대·숙명여대·광운대·서강대·시립대 9곳은 ‘후보자 미등록’으로 고려대·세종대 2곳은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되면서 총학 구성에 실패했다.

서울대는 2차 예비후보 등록까지 간 끝에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가 없어 총학 선거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양대의 경우 총학생회장은 4년째, 총여학생회장은 7년째 공석 상태에 놓여있다.

◇ 취업난·개인주의로 학생회 ‘무관심’… 코로나19로 극대화

총학 위기 원인은 취업난과 개인주의로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꼽힌다.

김나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회 활동을 하면 수업참여는 물론 대외활동도 힘들다”며 “기업들이 단기간 내 얼마나 많은 활동을 했느냐를 보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생회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올해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김나현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연기된 상태다.

총학에 대한 학우들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중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평소에는 학생회에 관심 없던 학생들이 큰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회는 뭐하고 있느냐’고 찾는다. 학생들이 학생회 참여를 꺼려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시립대의 경우도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총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같은 학생회 기피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올해 총학뿐만 아니라 단과대·학과·동아리처럼 소단위 학생회 구성에도 실패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올해 14개의 단과대 중 5곳만 학생회 구성이 이뤄졌다. 서울시립대는 10개의 단과대 중 차기 학생회가 꾸려진 곳 단 2곳이다. 신입생 위주의 복지 행사가 대부분인 단과대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과대 회장은 “단과대는 간식사업, MT, 농촌봉사활동처럼 학생들이 있어야 활동이 가능하다”며 “신입생이 없으니 지원자가 없다. 학생회 활동이 제한받으니 차기 지원자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등록금 환불’ ‘거주지 보장’…총학은 올해도 바빴다

문제는 이같은 무(無)학생회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입생들은 코로나19로 캠퍼스 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학생회의 존재와 역할, 기능을 알지 못한다.

신입생 이모씨는 “총학생회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학생회의 존재 목적은 자명하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 학교나 정부에 전달하는 구심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학 총학생회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바쁜 한해를 보냈다.

김나현 학생회장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가 온라인 수업 대신 리포트제출만 요구하는 등 편법을 쓰는 사례가 있었다”며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교차원에서 수업보조를 해줄 것을 요구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기숙사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도 총학생회의 몫이었다. 서울시립대는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않았는데,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시립대 학생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환불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도 전국 26개 대학의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였다.

◇ 총학 존재 이유 분명…제도적 보완 등 각층 노력 필요해

전문가들은 총학의 존재 이유가 분명한 만큼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의 3개 주체는 교수, 직원, 학생이다. 교수의 의견을 모으는 ‘교수회’, 직원의 목소리를 전하는 ‘노조’가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총학생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등 학생들의 문제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으로 총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총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많은 사람의 약한 유대라는 특성으로 결속력이 약해 쉽게 소멸되며, 소수의 의견이 전체 의견처럼 극대화 되는 위험도 있다”고 지적, “전통적인 방식의 총학, 단과대 학생회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온라인 중심의 시대변화 속에서도 총학 등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학생회 위기가 우리 시민사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에 대한 무관심은 향후 회사, 마을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 속에서 대학은 학생이 민주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학생자치 중요성에 대한 교육과 학생회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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